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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신화 '세트'
이집트 신화 '세트'

탄생과 역할

세트는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오시리스, 이시스, 네프티스의 형제로, 이들 네 신은 이집트 신화의 중심적인 인물들입니다. 세트의 탄생 이야기는 혼돈과 질서의 대립을 상징하는 중요한 신화적 요소로 작용합니다.

세트는 종종 네프티스와 결혼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그들의 관계는 복잡하고 다층적입니다. 네프티스는 세트의 여동생이자 아내로,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신이 바로 죽음과 미라화의 신인 안푸(아누비스)입니다. 그러나 네프티스는 또한 오시리스와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어 호루스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로 인해 세트와 네프티스의 관계는 단순한 부부 관계를 넘어 복잡한 신화적 상징성을 지닙니다.

세트는 이집트 신화에서 혼돈과 폭풍, 전쟁을 상징하는 신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그의 역할은 주로 파괴적이고 혼란스러운 힘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그는 중요한 보호신으로도 여겨졌습니다. 예를 들어, 세트는 태양신 라를 밤의 어둠 속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라가 밤마다 암흑의 뱀 아펩과 싸울 때, 세트는 그의 곁에서 싸움에 참여하며 보호자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는 세트가 단순히 부정적인 신이 아니라, 혼돈과 싸우는 힘의 신으로서의 긍정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야기

세트와 오시리스의 신화는 이집트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로, 혼돈과 질서, 죽음과 부활의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신화는 이집트인들의 세계관과 종교적 신념을 잘 반영하며, 여러 세대에 걸쳐 구전되고 기록되었습니다.

오시리스는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의 아들로, 이시스와 결혼하여 이집트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는 정의롭고 자애로운 통치자로서 이집트에 농업과 문명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형제 세트는 오시리스를 질투하고 그를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세트는 오시리스를 죽이고 그의 시신을 14조각으로 나누어 나일 강에 던졌습니다.

이시스는 남편 오시리스를 되살리기 위해 그의 시신 조각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네프티스와 함께 오시리스의 시신을 모두 찾아내고, 마법의 힘을 이용해 그를 부활시켰습니다. 오시리스는 완전히 살아나지는 못했지만, 죽음의 신이 되어 저승의 왕으로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믿음을 반영한 것입니다.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는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세트와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호루스와 세트의 싸움은 여러 번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이 싸움은 이집트 신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호루스는 여러 번 패배와 승리를 반복하며 세트와의 전투를 계속했습니다. 결국, 호루스는 승리하여 아버지의 왕위를 되찾고, 세트를 사막으로 추방했습니다.

이 신화는 단순한 가족 간의 갈등을 넘어, 이집트인들의 종교적, 사회적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오시리스는 죽음과 부활의 상징으로, 이집트인들에게 영원한 생명과 재생의 희망을 주었습니다. 세트는 혼돈과 파괴의 상징으로서, 질서와 혼돈의 끊임없는 싸움을 나타냈습니다. 호루스는 정의와 복수의 상징으로, 정의가 결국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세트와 오시리스 신화는 또한 이집트의 왕권 정당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파라오들은 자신을 호루스의 후계자로 여기며,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이 신화는 이집트의 정치적, 종교적 구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숭배

세트는 혼돈, 폭풍, 전쟁을 상징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기에는 보호와 힘의 신으로도 숭배되었습니다. 그의 숭배는 특히 이집트의 특정 지역과 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졌습니다.

초기 왕조 시대와 고왕국 시대에는 세트가 긍정적인 신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시기에는 세트가 나일 강의 홍수를 통제하고, 사막의 위험으로부터 이집트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숭배 중심지는 오아시스 도시 옴보스와 네크헨으로, 이곳에서 세트는 지역 신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이 시기의 세트는 왕권을 상징하는 신으로, 파라오들이 그의 힘을 빌려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했습니다.

중왕국 시대 이후로 세트의 이미지와 숭배는 점차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오시리스 신화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세트는 오시리스를 살해한 악의 신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트의 숭배는 점차 감소했으며, 그의 역할은 주로 부정적인 면모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특히, 오시리스의 부활과 호루스의 복수가 강조되면서 세트는 혼돈과 파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세트의 숭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19왕조 시기에 람세스 대왕과 같은 파라오들은 세트를 다시 강조하며, 그를 군사적 보호신으로 삼았습니다. 람세스 대왕은 자신을 세트의 후계자로 자처하며, 그의 이름을 세트와 결합한 '세티'라는 이름을 가진 파라오들도 등장했습니다. 이 시기에 세트는 다시금 보호와 힘의 신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며, 특히 군사적 승리를 기원하는 의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세트의 숭배는 또한 이집트 외부에서도 발견됩니다. 예를 들어, 히타이트와의 전쟁 중에는 세트가 이집트 군대의 수호신으로 여겨졌으며, 이는 세트가 단순히 혼돈의 신이 아니라 보호와 전쟁의 신으로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사례입니다.

말기 왕조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세트의 숭배가 다시 감소했으며, 그의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특히, 그리스-로마 시대의 기록에서는 세트가 티폰(Typhon)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혼돈과 파괴의 신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트의 숭배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고, 그의 신전과 예배 의식도 점차 잊혀져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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